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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목에서/윤중호
최한호
2021. 1. 23. 20:48
… 한때는 귀신이 펑펑 울 그런 해원의 시를 쓰고 싶었다. 천년의 세월에도 닳지 않을, 언뜻 주는 눈길에도 수만 번의 인연을 떠올려 서로의 묵은 업장을 눈물로 녹이는 그런 시./이제 이 나이가 되어서야, 지게 작대기 장단이 그리운 이 나이가 되어서야, 고향은 너무 멀고 그리운 사람들 하나둘 비탈에 묻힌 이 나이가 되어서야, 돌아갈 길이 보인다./대천 뱃길 끊긴 영목에서 보면, 서해 바다 통째로 하늘을 보듬고 서서 토해내는 그리운 노을을 가르며 날아가는 갈매기./아무것도 이룬 바 없으나, 흔적 없어 아름다운 사람의 길,/어두워질수록 더욱 또렷해.―윤중호 시인(1956∼2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