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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끈/이성목

최한호 2020. 3. 6. 15:16

노끈

 

이 성 목

 

마당을 쓸자 빗자루 끝에서 끈이 풀렸다

그대를 생각하면 마음의 갈레가 많았다

생각을 하나로 묶어 헛간에 세워두었던 때도있었다

마당을 다 쓸고도 빗자루에 자꾸 손이 갔다

어쩔 수 없는 일이었지만, 마른 꽃대를 볕 아래 놓으니

마지막 눈송이가 열린 창문으로 날아들어

남은 향기를 품고 사라지는 걸 보았다

몸을 묶었으나 함께 살지는 못했다

쩡쩡 얼어붙었던 물소리가 저수지를 떠나고 있었다

묶었던 것을 스르르 풀고 멀리서 개울이 흘러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