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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이병률

최한호 2020. 2. 29. 20:12

두 사람

 

이병률

 

1

 

세상의 모든 식당의 젓가락은 

한 식당에 모여서도 

원래의 짝을 잃고 쓰여지는 법이어서 

 

저 식탁에 뭉쳐 있다가 

이 식탁에서 흩어지기도 한다 

 

오랜시간 지나 닳고 닳아 

누구의 짝인지도 잃은 것이 무엇인지 모르고 살다가도 

무심코 누군가 통에서 두 개를 집어 드는 순간 

서로 힘줄이 맞닿으면서 안다 

 

아, 우리가 그 반이로구나 

 

2

 

그러니 두 사람이 배를 탄다는 것은, 그것만으로도 미어지게 그림이 되는 것 

 

두 사람인 것은, 둘 외에는 중요하지 않으므로 두 사람이어야 하는 것은 

 

두 사람이 오래 물가에 앉아 있다가 배를 탄다는 것은 

 

멀리 떠나는 것에 대해 두 사람이 이야기해왔던 것은, 그리하여 두 사람이 포개져서 한 장의 냄새를 맡는 것은 

 

두 사람이 있었기에 당신이 이 세상에 올 수 있었다는 사실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