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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망/조지훈
최한호
2019. 6. 10. 20:06
묘망
조지훈
내 오늘밤 한오리 갈댓잎에 몸을 실어
이 아득한 바닷속 창망한 물굽이에 씻기는
한 점 바위에 누웠나니.
생은 갈수록 고달프고 나의 몸둘 곳은 아무데도 없다.
파도는 몰려와 몸부림치며 바위를 물어뜯고 넘쳐나는데
내 귀가 듣는 것은
마지막 물결소리 먼 해일에 젖어오는
그 목소리뿐.
아픈 가슴을 어쩌란 말이냐
허공에 던져진 것은 나만이 아닌데
하늘에 달이 그렇거니
수많은 별들이 다 그렇거니
이 광대무변한 우주의 한 알 모래인
지구의 둘레를 찰랑이는 접시물
아아 바다여
너 또한 그렇거니.
내 오늘 바닷속 한 점 바위에 누워
하늘을 덮는 나의 사념이
이다지도 작음을 비로소 깨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