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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대/조창환

최한호 2019. 3. 23. 15:53

등대

 

조창환

 

 

캄캄한 밤 회오리바람 속에서 깜빡거린다

저 불빛, 부러진 단검 하나 남은 검투사 같다

무슨 결박으로 동여매 있기에

제 안의 황야에 저리 고달프게 맞서는 것일까

등대는 외롭고 적막하고 단호하다

모든 찰나는 단호하므로 미래가 없고

미래가 없으므로 과거도 없다

모든 찰나는 영원한 현재이므로

마지막 순간까지 결연하게 깜빡거린다

저 불빛, 절벽 앞에서의 황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