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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부터는/홍윤숙

최한호 2018. 10. 31. 19:43

여기서부터는

 

홍윤숙

 

여기서부터는 아무도 동행할 수 없다

보던 책 덮어놓고 안경도 전화도

신용카드도 종이 한 장 들고 갈 수 없는 

수십 억 광년의 멀고 먼 여정

무거운 몸으로는 갈 수 없어

마음 하나 가볍게 몸은 두고 떠나야 한다

천체의 별, 별 중의 가장 작은 별을 향해

나르며 돌아보며 아득히 두고 온

옛집의 감나무 가지 끝에

무시로 맴도는 바람이 되고

눈마다 움트는 이른 봄 새순이 되어

그리운 것들의 가슴 적시고

그 창에 비치는 별이 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