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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의 저녁/박정대

최한호 2018. 10. 19. 16:59

지상의 저녁

 

 

박정대

 

 

어느 날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게 아주 먼 별에 당도하기도 한다

 

 

武川은 예서 얼마나 먼가

 

 

낯선 구릉과 산맥들을 지나가면 펼쳐지는 대초원, 구름들은 청색 하늘 벽에 이발소 그림처럼 걸려 천연덕스럽게 나를 맞는다, 그러나 나는 이곳에 머리를 깎으러 온 것은 아니다

 

 

잃어버린 옛사랑을 찾으러 온 것도 아니다, 내 삶에

사랑 같은 건 없다,고 그렇게 중얼거리며 한 떼의 구름이

 

 

지나간다, 양떼구름의 점진적 이동, 바람은 늘 이런 식으로 말을 걸어온다

나는 말을 타고 가며 바람이 전하는 말을 듣는다, 武川은 예서 얼마나 먼가

 

 

한때는 시인이었던 풀빛의 部族들이 천막을 걷어 어디론가 이동하고 있다

시에서 삶 쪽으로 이동인가, 삶에서 시 쪽으로의 이동인가, 아무튼 한 삶이 다른 삶 쪽으로 이동하는 사이사이 풀빛의 시들이 일어섰다 눕는다

 

 

나는 시 같은 거 말고 사랑 같은 거 말고 뭔가 애틋한 것이 기루어 여기까지 흘러 들어온 걸 텐데, 사진관 배경 그림 같은 구름은 흘러가며 자꾸만 사진 한 장 찍고 가랜다

 

 

예서 武川은 얼마나 먼가

 

 

지나온 백양나무 긴 가로수 길을 생각해 본다

민들레, 구절초驛 다 지나고 白石, 馬頭 지나 바람은 또 밤새 마두금을 연주하려나

 

 

저물녘 몽골의 냇가에 말을 매어두고 흘러가는 냇물에 얼굴을 씻는다, 말갛게

얼굴을 내민 저 초저녁 별의 이름을 이제는 알 것도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