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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숲 아래서/나태주

최한호 2018. 6. 16. 14:29

대숲 아래서

 

 

나태주

 

 

바람은 구름을 몰고

구름은 생각을 몰고

다시 생각은 대숲을 몰고

대숲 아래서 내 마음은 낙엽을 몬다

 

밤새도록 댓잎에서 별빛 어리듯

그을린 등피에는 네 얼굴이 어리고

밤 깊어 대숲에는 후둑이다가 가는 밤 소나기 소리

그리고도 간간이 사운대다가 가는 밤 바람소리

 

어제는 보고 싶다 편지를 쓰고

어젯밤 꿈엔 너를 만나 쓰러져 울었다

자고 나니 눈두덩엔 메마른 눈물 자죽

문을 여니 산골엔 실비단 안개

 

모두가 내 것만은 아닌 가을

해 지는 서녘 구름만이 내 차지다

동구 밖에 떠도는 애들의

소리만이 내 차지다

또한 동구 밖에서부터 피어오르는

밤안개 만이 내 차지다

 

하기는 모두가 내 것만은 아닌것도 아닌

이 가을

저녁밥 일찍이 먹고

우물가에 산보 나온

달님만이 내 차지다

 

물에 빠져 머리칼 헹구는

달님만이 내 차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