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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오는 날 콩나물 국밥집에서/복효근
최한호
2017. 12. 5. 12:26
눈 오는 날 콩나물 국밥집에서
복효근
눈이 뿌리기 시작하자
나는 콩나물국밥집에서
혼자 앉아 국밥을 먹는다
입을 데는 줄도 모르고
시들어 버린 악보 같은
노란 콩나물 건더기를 밀어넣으며 이제 아무도 그립지도 않을 나인데
낼모레면 내 나이가 사십이고
밖엔 눈이 내린다
이런 날은 돈을 빌려달라는 놈이라도 만났으면 싶기도 해서
다만 나는 콩나물이 덜 익어 비릿하다고 투정할 뿐인데
자꾸 눈이 내리고
탕진해버린 시간들을 보상하라고 먼 데서 오는 빚쟁이처럼 가슴 후비며 어쩌자고 눈은 내리고
국밥 한 그릇이
희망일 수 있었던,
술이 깨고 술 속이 풀려야 할 이유가 있던 그 아픈 푸른 시간들이 다시 오는 것이냐
눈송이 몇 개가 불을 지펴놓는
새벽 콩나물 국밥집에서
풋눈을 맞던 기억으로
다시 울 수 있을까
다시 그 설레임으로
심장은 뛸 수 있을까
사십에 그까짓 눈에 속아
입천장을 데어가며
시든 콩나물 악보를 밀어넣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