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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훤
최한호
2017. 12. 2. 11:11
사실
이훤
나도 누군가의 한 시절이었다
짙게 각인된 대명사였다
빈 응시였고
새벽녘 외침이었다
무릎 위 흥건한 눈물이었고 어떤 이의 투숙객이었다
쏟아지던 허공이었다
닿지 못한 외침의 무덤이었고
불안의 방이었다
자주 엉키는 수들의 수납소였다
선한 계획 믿는 순종자였으나
우회를 즐거워하는
양羊이었다
상심을 가로챈 죄인이었다
찢긴 낱말들로
때때로 옷 입혀주는 길벗이었다
잎새를 나누려다
어깨를 다친
피해자였다 또 저도 모르게 가해자였다
방랑자였다가 순례자였다
다시 방랑자였다
순례자였다
사실,
사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