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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을 박으며/이홍림
최한호
2017. 8. 20. 12:00
못을 박으며
이홍림
어디쯤에 이 가느다란 열망을 두어야 할까
세계의 벽 어느 구석에 자리잡아
썩지 않고 뿌리내릴 힘
이 뾰족하니 앙증맞은 입술을
어디에서 부벼야 할까
벌겋게 녹슬어 잇몸만 남아
죽어서도 가시가 되어
긁고 긁히는 작은 몸들을
차곡차곡 뽑아 어루만지기 전에 해야 할 일
손 떨리지 않게 심호흡하고
비뚤어지거나 휘어지지 않게
겨누어 박는 것일 텐데
너무 높거나 낮지 않게
제자리를 찾아 박히는 것일 텐데
사방에서 울리는
사정없이 화려한 망치소리로
잘못 고정되는 비명소리
그사이
어디에
흔들리지 않는 심장 심어야 할까
「모르다」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