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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간이역/김광규

최한호 2016. 11. 12. 12:45

낯선 간이역

 

김광규

 

완행열차에 몸을 싣고

간이역마다 서며가며

3시간쯤 달려왔다

경지 정리가 안 된 먼 시골

논밭을 지나

난간 없는 다리를 건너

도룡뇽이 많이 산다는

산자락을 빙 돌아서

터널을 통과하니 저 아래

눈 덮인 계곡 한가운데

초라한 교회 종탑이 서 있는 마을

낯선 간이역에 도착했다

승하차 여행객도 별로 없고

멀리 산중턱에

조그만 암자가 보이는 곳

여기는 아무도 모를 것 같아

반세기를 이어온 인연 모두 끊어버리고

홀로 여생을 보내고 싶어지는 곳

여기서 내릴까

내려서 주저앉아 버릴까

망설이는 사이에 호각소리 울리고

기차는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차츰 멀어지는 그곳

몇 번이고 되돌아보면서 나는

또다시 기회를 잃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