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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그네/김남조

최한호 2016. 10. 20. 16:20

나그네

 

김남조

 

내가 성냥 그어

낙엽더미에 불 붙였더니

꿈속의 모닥불 같았다

나그네 한 사람이 다가와서

입고 온 추위를 옷 벗고 앉으니

두 배로 밝고 따뜻했다

할 말 없고

손잡을 일도 없고

아까운 불길

눈 녹듯이 사윈다 해도

도리 없는 일이었다

내가 불 피웠고

나그네 한 사람이 와서

삭풍의 추위를 벗고 옆에 앉으니

내 마음 충만하고

영광스럽기까지 했다

이대로 한평생이어도

좋을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