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9월도 저녁이면/강연호

최한호 2016. 9. 2. 14:27

9월도 저녁이면

 

강연호

 

9월도 저녁이면 바람은 이분쉼표로 분다

괄호 속의 숫자놀이처럼

노을도 생각이 많아 오래 머물고

하릴없이 도랑막고 물장구치던 아이들

집 찾아 돌아가길 기다려 등불은 켜진다

9월도 저녁이면 습자지에 물감 번지듯

푸른 산그늘 골똘히 머금는 마을

빈 집의 돌담은 제풀에 귀가 빠지고

지난 여름은 어떠했나 살갗의 얼룩 지우며

저무는 일 하나로 남은 사람들은

묵묵히 밥상 물리고 이부자리를 편다

9월도 저녁이면 삶이란 죽음이란

애매한 그리움이란

손바닥에 하나 더 새겨지는 손금 같은 것

지난 여름은 어떠했나

9월도 저녁이면 죄다 글썽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