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짐진자를 위하여 /이승하

최한호 2016. 2. 24. 12:47

짐진 자를 위하여

 

이승하

 

 

네가 캄캄한 밤에 돌이 되어

내 앞에 엎드리면

나는 너를 지고 

너의 짐까지 지고

어디쯤에 이르러 숨돌려야 할까

울음 참으며 당도한 곳이 막다른 골목이면

울음을 그냥 터뜨려야 하는지

돌아서서 다시 걷기 시작해야 하는지

나는 알 수 없다 사람이기 때문에

사람이기 때문에 무력감에 절망하고

공포에 질려 부르짖기도 하지만

기적을 꿈꾸진 않으리라

부끄러움에 떨며 받아들이리라 너의 짐을

나의 짐 위에 너의 짐을 얹어 

더 어두운 세계를 찾아갈 터이니

자거라 지금은 잠시 자두어야 할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