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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춘무렵/복효근

최한호 2016. 2. 4. 11:57

입춘 무렵

 

복효근

 

혼자 살다가, 버티다가

딸내미, 사위들 몰려와서

가재도구 차에 나누어 싣고

앞집 할머니 콜택시 불러 요양병원으로 떠난다

 

아프면 아프다 진작 말하지

요 모양 요 꼴 되어서

이웃에서 전화하게 만들었느냐고

노모를 타박하는 딸년도

눈시울 뭉개져 아무 말 없는 노인네도

무던하다 생이 그렇다

 

겨울 지나는 입춘 바람이 맵다

살던 집 둘러보는 노구의 구부러진 그림자를

휘청 담벼락이 받아준다

 

거기가 요양하는 곳이라면 얼마나 좋으랴만

당신도, 나도 우리도 다 안다

대합실 같은 곳, 대기소 같은 곳

그러나 다행이다

더 요양할 삶이 남아 있지 않다

 

아무튼 나는

손수 가꾸어 가지런히 다듬어서 주시는 부추와

생도라지와 달래나물을 다시는 못 얻어먹겠구나 싶어서

눈앞이 자꾸 흐려지기도 하였다

 

《현대시》2015년 3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