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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의 말/이성부

최한호 2016. 1. 20. 23:42

바위의 말

 

이성부

 

 

나는 오랫동안 너무 게을렀거나  

한자리에서만 맴돌아 생각이 굳어졌거나  

그리움으로 목말라 바윗덩이가 된 것은 아니다  

내 안에는 아직도 더운 피 터질 듯 힘차게 돌아 흐르고 

이리 무겁게 앉아 있어도  

갈수록 눈 깊어져 천만리 머나먼 바깥세상  

잘 보이느니  

사람들의 짠하고 아픈 사연 찾아 듣느라  

귀가 늘어져서 

정작 가까운 솔바람 소리 개울물 소리 따위는  

귓가로 흘려버리고 말았느니  

해남 두륜산 자락 포근함에 파묻혀서  

멀리 일렁이는 산 구비 너머 바다 건너를  

나는 그저 하염없이 바라보고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이제 곧 내가 일어나 입을 열어 말할 것이고  

세상 속으로  

뚜벅뚜벅 걸어 내려갈 날도 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