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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식론/홍윤숙

최한호 2015. 5. 8. 16:25

장식론

 

홍윤숙

 

 

여자가

장식을 하나씩

달아가는 것은

젊음을 하나씩

잃어가는 때문이다

 

<씻어 무우> 같다든가

<뛰는 생선> 같다든가

(진부한 말이지만)

그렇게 젊은 날은

젊음 하나만도

빛나는 장식이 아니겠는가

때로 거리를 걷다보면

쇼윈도우 비치는

내 초라한 모습에

사뭇 놀란다

 

어디에

그 빛나는 장식들을

잃고 왔는까

이 피에로 같은 생활의 의상들은

무엇일까

 

안개같은 피곤으로

문을 연다

피하듯 숨어보는

거리의 꽃집

 

젊음은 거기에도

만발하여 있고

꽃은 그대로가

눈부신 장식이었다

 

꽃을 더듬는

내 흰손이 물기 없이 마른

한장의 낙엽처럼 슬쓸해져

 

돌아와

몰래

진보라 고운

자수정 반지 하나 끼워

달래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