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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창포/김려
최한호
2014. 11. 27. 18:28
무창포
김 려
어떻게 사느냐 묻는 사람 하나 없을 때
그대 손 꼭 잡고 한 번만 도망가겠네
통영은 눈빛이 들킬 것 같고
동해 거진은 닿기도 전에 날이 밝을 것 같아
마음 변하면 금방 돌아설 수 있는 그곳에 가겠네
간판 없는 민박집에 며칠 묵으며
개펄에 바지락 숨소리나 들으며 살겠네
그대 옆에서 게처럼 걸으며 내 발자국 숨겨도 좋겠지
문 앞까지 찾아온 파도에 밤새 신부처럼 뒤척였어도
아침 밥상에 씨알 굵은 조기가 올라오면
살을 발라 그대 숟가락에 얹으며
저녁 등대처럼 웃어주겠네
바람기 많은 사내 따라와 해풍에 그을린 아낙처럼
매운탕이 눈물 찔끔 나와도 바다를 탓하지 않을 거야 대신
저녁노을 길게 펼쳐 마지막 시를 쓸지도 몰라
빛나는 것들 초저녁별까지 수평선에 걸어두고
평생 못잔 잠을 자야지
그대 무릎 아래 해안선 무장무장 길어지는
그곳으로 밤새 가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