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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가지 질문/문현미

최한호 2014. 10. 24. 11:33

두 가지 질문

 

문현미

 

얼마나 나를 사랑하느냐 물으시면

 

갑작스런 정전처럼 할 말을 잃습니다

내가 허락한 사람들을

어떻게 사랑하느냐 물으시면

긴 떨림의 끝에 눈을 감을 뿐입니다

 

사랑한다는 말을 엉거주춤 내뱉고는

아무 돌이킴도 없이 일상의 사막을 걸어 다녔고

모든 것에 감사한다고 치약처럼 주욱 짜 냈지만

때가 되면 되풀이하는 칫솔질이었습니다

 

걸음이 느려지는 깊은 가을날

열매보다 더 넉넉한 물음을 다시 하신다면

 

이제부터 내가 사는 것이 아니라

붙들려 살아가는 복종의 길을 가겠습니다

까마득히 잊었거나 애써 외면했던 이웃에게

처음으로 착한 호흡의 말을 건네겠습니다

 

먼 길 돌아 당신께 드리는 한 마디

지난날의 처음과 오늘의 밥상이

모자라지도 넘치지도 않습니다

 

은빛 바람을 일으키는 새들의 날개처럼

투명한 문장 하나 이어가는 가지에 걸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