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고슴도치/이덕규
최한호
2014. 6. 7. 12:10
고슴도치
이덕규
오래된 유적 속에서 한 무더기의
녹슨 창이 발견되었다
어떤 정치가 다급히 쓸어 묻은,
최초로 일어선
민초들의 무장봉기였다고 한다
유월의 서늘한 숲에서 만난 그의
잔뜩 도사린 몸속에서
풀무질 소리가 난다
우람한 근육질의 사내가 여전히
시뻘겋게 구운 창 끝
때리는 망치질 소리가 들린다
뜨거운 가슴속
불꽃 피는 대장간에서
날카롭게 벼린 분노가 저렇게
제 살을 뚫고 빼곡히 돋치다니!
나는 오늘
저 아름다운 창을 하나 뽑아
세상에서 가장
빛나는 모순 하나를 찔러 죽이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