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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에게 미루어놓은 말이 있어/문태준

최한호 2013. 5. 22. 22:00

당신에게 미루어 놓은 말이 있어                                      

  

 문 태 준                 

 

오늘은 당신에게 미루어 놓은 말이 있어 

 

길을 가다 우연히 갈대숲 사이 개개비의

둥지를 보았네

 

그대여, 나의 못다 한 말은

 

이 외곽의 둥지처럼 천둥과 바람과

눈보라를 홀로 맞고 있으리

 

둥지에는 두어 개 부드럽고 말갛고 따뜻한

새알이 있으리

 

나의 가슴을 열어젖히면

 

당신에게 미루어놓은 나의 말은

 

막 껍질을 깨치고 나올 듯

 

작디작은 심장으로 뛰고 있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