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꼭 한 번은/박형진

최한호 2011. 10. 12. 21:58

<꼭 한 번은>

 

박형진

 

꼭 한 번은 콩밭에서 하고 싶어

칠칠이 우거진 콩밭 고랑

아내와 내가 김을 매다가

꼭 한 번은 콩밭에서 하고 싶어

나는 장난스레 옆구리를 찔렀네

우리 한 번 하고 하자 응?

아내는 뚱한 표정

뭔 소린지 처음에는 몰랐나 봐

보는 사람 없을 때 한 번만 응?

그제사 내 등을 꼬집으며 이 사람

미쳤어 미쳤어 한마디

하지만 나 어릴 적 어머니

저 밭뚝 감나무 그늘 밑 콩밭 매다 땀 들이실 때

아버지 옆에 앉아 다정하게 구셨다네

그래서 내가 생겼는지도 몰라

아마 그런 건지도 몰라

콩들도 낯 붉히며

우리도 어서 익자 어서 익자

지들끼리 속삭였는지도 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