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한호 2011. 8. 30. 18:35

 

  박 남 준

 

 

칼을 들고 목각을 해보고서야 알았다

나무가 몸 안에 서로 다른 결을 가지고 있다는 것

촘촘히 햇빛을 모아 짜 넣던 시간들이 한 몸을 이루며

이쪽과 저쪽 밀고 당기고 뒤틀어가며 엇갈려서

오랜 나날 비틀려야만 비로소 곱고

단단한 무늬가 만들어진다는 것

제 살을 온통 통과하며

상처가 새겨질 때에야 보여주기 시작했다

 

 

 

- 박남준 시집『적 막』(창비, 2005.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