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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 윤동주

최한호 2010. 10. 12. 13:43

병원 / 윤동주

 

살구나무 그늘로 얼굴을 가리고

병원뒤뜰에 누워

젊은여자가 흰옷아래로 하얀다리를 드러내놓고

일광욕을 한다

한나절이 기울도록 가슴을 앓는다는 이 여자를 찿아오는이

나비 한마리도 없다

슬프지도 않은 살구나무가지에는 바람조차없다

나도 모를 아품을 오래참다 처음으로 이곳을 찿아왔다

그러나 나의 늙은의사는 젊은이의 병을 모른다

나한테는 병이 없다고한다

이 지나친 시련 이 지나친피로

나는 성내서는 안된다

여자는 자리에서 일어나 옷깃을 여미고

화단에서 금잔화 한포기를 따 가슴에 꽂고

병실안으로 사라진다

나는 그여자의 건강이

아니 내건강도 속히 회복되기를 바라며

그가 누웠던 자리에 누워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