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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오독 / 임영조
최한호
2010. 10. 5. 16:54
화려한 오독 / 임영조
장마 걷힌 칠월 땡볕에
지렁이가 슬슬 세상을 잰다
시멘트 길을 온몸으로 긴 자국
행서도 아니고 예서도 아닌
초서체로 갈겨쓴 일대기 같다
한평생 초야에 숨어 굴린 화두를
최후로 남긴 한 행 절명시 같다
그 판독이 어려운 일필휘지를
촉새 몇 마리 따라가며 읽는다
혀 짧은 부리로 쿡쿡 쪼아 맛본다
제멋대로 재잘대는 화려한 오독
각설이 지렁이의 몸보다 길다
오죽 답답하고 지루했으면
隱者가 몸소 나와 배밀이 하랴
쉬파리떼 성가신 무더위에
벌겋게 달아오른 肉頭文字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