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는 어디가 아픈가
박진숙-
좁은 벼랑길을 돌아나올 때
맞은편에서 오던 노인에게
길을 비켜주었습니다
노인은 지나갈 생각은 않고
내게 문득 물었습니다
그대는 어디가 아픈가
나는 기침을 했습니다
열이 나서 몸을 떨었습니다
안 아픈 데 없이 온몸이 쑤셔왔습니다
노인의 소맷자락을 부여잡을 듯 대답했습니다
다 아픕니다
노인은 지나갈 생각은 않고 쳐다보지도 않고
위로도 하지 않고
뼈만 남은 손가락을 들어 내 가슴을 가리키며
다시 물었습니다
그대는 어디가 아픈가
그대는 어디가 아픈가
이제까지 따라다닙니다
내게 회초리가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