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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는 어디가 아픈가/박진숙

최한호 2019. 10. 12. 18:18

그대는 어디가 아픈가

 

박진숙-

 

좁은 벼랑길을 돌아나올 때

맞은편에서 오던 노인에게 

길을 비켜주었습니다

노인은 지나갈 생각은 않고

내게 문득 물었습니다

그대는 어디가 아픈가  

나는 기침을 했습니다

열이 나서 몸을 떨었습니다

안 아픈 데 없이 온몸이 쑤셔왔습니다

 

노인의 소맷자락을 부여잡을 듯 대답했습니다

다 아픕니다

 

노인은 지나갈 생각은 않고 쳐다보지도 않고

위로도 하지 않고

뼈만 남은 손가락을 들어 내 가슴을 가리키며

다시 물었습니다

 

그대는 어디가 아픈가  

그대는 어디가 아픈가  

이제까지 따라다닙니다

내게 회초리가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