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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것/김남조

최한호 2019. 6. 4. 11:23

좋은 것

 

김남조

 

좋은 건 사라지지 않는다

비통한 이별이나

빼앗긴 보배스러움

사별한 참사람도

그 존재한 사실

소멸할 수 없다

반은 으스름 반은 햇살 고른

이상한 조명 안에

옛 가족 옛 친구 모두 함께 모였으니

죽은 이와 산 이를

따로이 가르지도 않고

하느님의 책 속

하느님의 필적으로 쓰인

가지런히 정겨운 명단 그대로

따스한 잠자리, 고즈넉한 탁상등

읽다가 접어 둔 책과 옛 시절의 달밤

막 고백하려는 사랑의 말 까지

좋은 건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사람 세상에 솟아난

모든 진심인 건

혼령이 깃들기에 그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