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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이영광

최한호 2019. 4. 12. 15:24

천국

 

이영광

 

 

봄꽃을 그늘 밀림 지날 때,

 

먼 것들, 모두 지척에서 숨 쉬고

 

숨 거둔 것들은 심장에.

 

나는, 나는 저 흰 꽃의 깨끗한 흰색이

 

참 마음에 드네.

 

신은 아무래도 이곳을

 

천국으로 지은 것 같으다.

 

사람이 짓는 괴로움 아니라면

 

고통은 받아들일 수 있네.

 

사람이 지은 괴로움도 칼 받듯 하얗게

 

봄날엔 받을 수 있네.

 

꽃 피듯 생이 제 혼몽을 젖히고

 

죽은 것들 꽃향기에 묻어오는

 

반갑고 서러운 해후가 있어

 

그늘을 희게 살찌우고 있을 뿐.

 

아무래도 신은 이곳을

 

천국으로 지은 것만 같으다.

 

우주는 다 하늘이고

 

지구는 하늘의 작은 별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