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
이영광
봄꽃을 그늘 밀림 지날 때,
먼 것들, 모두 지척에서 숨 쉬고
숨 거둔 것들은 심장에.
나는, 나는 저 흰 꽃의 깨끗한 흰색이
참 마음에 드네.
신은 아무래도 이곳을
천국으로 지은 것 같으다.
사람이 짓는 괴로움 아니라면
고통은 받아들일 수 있네.
사람이 지은 괴로움도 칼 받듯 하얗게
봄날엔 받을 수 있네.
꽃 피듯 생이 제 혼몽을 젖히고
죽은 것들 꽃향기에 묻어오는
반갑고 서러운 해후가 있어
그늘을 희게 살찌우고 있을 뿐.
아무래도 신은 이곳을
천국으로 지은 것만 같으다.
우주는 다 하늘이고
지구는 하늘의 작은 별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