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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결/이상국

최한호 2019. 2. 23. 16:54

대결

 

이상국

 

​큰눈 온 날 아침

부러져 나간 소나무들 보면 눈부시다

 

그들은 밤새 뭔가와 맞서다가

무참하게 꺾였거나

누군가에게 자신을 바치기 위하여

공손하게 몸을 내맡겼던 게 아닐까

 

조금씩조금씩 쌓이는 눈의 무게를 받으며

더 이상 견딜 수 없는 지점에 이르기까지

나무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저 빛나는 자해(自害)

혹은 아름다운 마감

 

나도 때로 그렇게

세상 밖으로 나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