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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끝나지 않은 기쁨

최한호 2019. 1. 3. 19:14

별, 끝나지 않은 기쁨

 

마종기

 

 

 

오랫동안 별을 싫어했다. 내가 멀리 떨어져 살고 

있기 때문인지 너무나 멀리 있는 현실의 바깥에서, 

보였다 안 보였다 하는 안쓰러움이 싫었다. 외로워 

보이는 게 싫었다. 그러나 지난 여름 북부 산맥의 높 

은 한밤에 만난 별들은 밝고 크고 수려했다. 손이 담 

길 것같이 가까운 은하수 속에서 편안히 누워 잠자고 

있는 맑은 별들의 숨소리도 정다웠다. 

 

사람만이 얼굴을 들어 하늘의 별을 볼 수 있었던 

옛날에는 아무데서나 별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빨리 지나가는 요즈음, 사람들은 더 

이상 별을 믿지 않고 희망에서도 등을 돌리고 산다. 

그 여름 얼마 동안 밤새껏, 착하고 신기한 별밭을 보 

다가 나는 문득 돌아가신 내 아버지와 죽은 동생의 

얼굴을 보고 반가운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사랑하는 이여. 

세상의 모든 모순 위에서 당신을 부른다. 

괴로워하지도 슬퍼하지도 말아라 

순간적이 아닌 인생이 어디에 있겠는가. 

내게도 지난 몇 해는 어렵게 왔다. 

그 어려움과 지친 몸에 의지하여 당신을 보느니 

별이여, 아직 끝나지 않은 애통한 미련이여, 

도달하기 어려운 곳에 사는 기쁨을 만나라. 

당신의 반응은 하느님의 선물이다. 

문을 닫고 불을 끄고 

나도 당신의 별을 만진다. 

 

* 마종기 시집 '이슬의 눈'(문학과지성사)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