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끝나지 않은 기쁨
마종기
오랫동안 별을 싫어했다. 내가 멀리 떨어져 살고
있기 때문인지 너무나 멀리 있는 현실의 바깥에서,
보였다 안 보였다 하는 안쓰러움이 싫었다. 외로워
보이는 게 싫었다. 그러나 지난 여름 북부 산맥의 높
은 한밤에 만난 별들은 밝고 크고 수려했다. 손이 담
길 것같이 가까운 은하수 속에서 편안히 누워 잠자고
있는 맑은 별들의 숨소리도 정다웠다.
사람만이 얼굴을 들어 하늘의 별을 볼 수 있었던
옛날에는 아무데서나 별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빨리 지나가는 요즈음, 사람들은 더
이상 별을 믿지 않고 희망에서도 등을 돌리고 산다.
그 여름 얼마 동안 밤새껏, 착하고 신기한 별밭을 보
다가 나는 문득 돌아가신 내 아버지와 죽은 동생의
얼굴을 보고 반가운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사랑하는 이여.
세상의 모든 모순 위에서 당신을 부른다.
괴로워하지도 슬퍼하지도 말아라
순간적이 아닌 인생이 어디에 있겠는가.
내게도 지난 몇 해는 어렵게 왔다.
그 어려움과 지친 몸에 의지하여 당신을 보느니
별이여, 아직 끝나지 않은 애통한 미련이여,
도달하기 어려운 곳에 사는 기쁨을 만나라.
당신의 반응은 하느님의 선물이다.
문을 닫고 불을 끄고
나도 당신의 별을 만진다.
* 마종기 시집 '이슬의 눈'(문학과지성사)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