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그루 늙은 나무도 고목소리 들을라면/
속은 으레껏 썩고 곧은 가지들은 다 부러져야/
그 물론 굽은 등걸에 장독(杖毒)들도 남아 있어야’<고목소리>.
무심한 한 덩이 바위도/
바위 소리 들으려면/
들어도 들어올려도/
끝내 들리지 않아야/
그 물론 검버섯 같은 것이/
거뭇거뭇 피어나야.<바위 소리 들으려면>
‘사랑도 사랑 나름이지/
정녕 사랑을 한다면/
연연한 여울목에/
돌다리 하나는 놓아야/
그 물론 만나는 거리도/
이승 저승쯤 되어야’<사랑의 거리>
‘삶의 즐거움을 모르는 놈이/
죽음의 즐거움을 알겠느냐/
어차피 한 마리/
기는 벌레가 아니더냐/
이다음 숲에서 사는/
새의 먹이로 가야겠다.’<적멸을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