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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해서 외로웠다/이정하

최한호 2017. 11. 5. 11:06

사랑해서 외로웠다 

                     

이정하 

                           

 

나는 외로웠다 

바람 속에 온몸을 맡긴 

한 잎 나뭇잎 

때로 무참히 흔들릴 때 

구겨지고 찢기는 아픔보다 

나를 더 못 견디게 하는 것은 

나 혼자만 이렇게 흔들리고 있다는 

외로움이었다  

 

어두워야 눈을 뜬다 

혼자 일 때

때로 그 밝은 태양은 

내게 얼마나 참혹한가 

나는 외로웠다 

어쩌다 외로운 게 아니라 

한순간도 빠짐없이 외로웠다  

  

그렇지만 이건 알아다오 

외로워서 너를 사랑한 건 아니라는 것 

그래 내 외로움의 근본은 바로 너다 

 

다른 모든 것과 멀어졌기 때문이 아닌 

무심히 서 있기만 하는 너로 인해 

그런 너를 사랑해서 나는

나는 하염없이 외로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