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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의 붕새/박무웅

최한호 2015. 5. 17. 09:50

지상의 붕새

 

박무웅

 

그날, 백목련이

한 마리 새처럼 날개를 폈다

구만리장천으로 날아가려는 붕새처럼 날개를 폈다

새벽보다 먼저 하늘을 열고

흰 불꽃으로 날아올랐다

천지사방이 새의 불꽃으로 환해졌다

 

한 덩어리의 지혜처럼 시(詩)처럼

날아다니는

저 흰 깃털의 불꽃

그날, 내가 본 백목련은

바람에 날리는 흰 깃발이며

붕새의 부리가 토해 놓은 시(詩)였다

 

깃털을 들어 올리지 못하는 것은 죽은 새이다

날지 못하는 것은 생(生)이 아니다

이른 봄 가장 먼저 날개를 펴는 새처럼

지상의 나를 버리고

붕새가 되고 싶었다

 

그날, 나는 백목련 앞에서 날개를 펴고

흰 깃털로 구만리장천을 긴 울음과 함께 날아오르는

한 마리 붕새가 되고 싶었다

말의 첫 머리를 가장 먼저 피워내는

흰 목련 같은

지상의 붕새 같은 시(詩)를 토하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