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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복기/이외수

최한호 2010. 10. 8. 23:09

회복기/이외수

 

나는 이제 사랑을 믿지 않는다.
망초꽃 지천으로 흔들리는 벌판
그대 모습 보이지 않고
종일토록 구름 한 장으로 머물러
기다리던 젊은 날
나는 이제 그리움도 믿지 않는다.
어느새 아름다운 언약들은
망실되고
깊어지는 손금 속으로
저물어 가는 세상
선명한 이름은
선명한 상처가 되지만
선명한 상처는
선명한 별이 되지 않는다.
새들은
물기 어린 음표들을 하나씩 물고
헐벗은 내 영혼의
실삼나무를 떠난다.
사랑은
봄밤에 꿈결같이 내리는 함박눈
내려서 탄식같이 스러지는
소망의 비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