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선운사에서

최한호 2010. 10. 1. 13:23

선운사에서

 

 최영미
                                          
꽃이  
피는 건 힘들어도
지는 건 잠깐이더군
골고루 쳐다볼 틈 없이
님 한 번 생각할 틈 없이
아주 잠깐이더군

그대가 처음
내 속에 피어날 때처럼
잊는 것 또한 그렇게
순간이면 좋겠네

멀리서 웃는 그대여
산 넘어 가는 그대여

꽃이  
지는 건 쉬워도
잊는 건 한참이더군
영영 한참이더군         <창작과 비평>(19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