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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에게

최한호 2010. 9. 30. 15:12

너에게

 

 김남조 


아슴한 어느 옛날
겁을 달리하는 먼 시간 속에서
어쩌면 넌 알뜰한
내 사람이었는지도 모른다

 

지아비의 피 묻은 늑골에서
백녀해로의 지어미를 빚으셨다는
성서의 이야기는 너와 나의
옛 사연이나 아니었을까

 

풋풋하고 건강한 원시의 숲
찬연한 원색의 칠범벅이 속에서
아침 햇살마냥 피어나던
우리들 사랑이나 아니었을까

 

불러 불러도 아쉬움은 남느니
나날이 새로 샘솟는 그리움이랴 이는
그 날의 마음 그대로인지 모른다

 

빈 방 차가운 창가에
지금이사 너 없이 살아가는
나이건만

 

아슴한 어느 훗날에
가물거리는 보랏빛 기류 같이
곱고 먼 시간 속에서

어쩌면 넌 다시금 남김 없는
내 사람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