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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경 박수근

최한호 2010. 9. 28. 18:54

노을.景 박수근

 

이 영식

 

늦가을 해질 무렵

노인 셋 방앗간 담벼락 앞에 붙어 벽화를 그리고 있다

어쩌다 어르신네들이 함께 오줌발을 세우게 되었는지는 모르지만

알곡 익히던 땡볕의 시간 건너와

의지가지없는 석양빛 등에 진 모습들 따뜻하다

회백색 담장에 그려지는 그림이 영 시원치 않았던지

옆 그림자 힐끔거리던 한 노인 다시금 붓대를 고초세운다

어떤 彩色도 녹슨 쇳조각 같은 저녁

지나던 개가 곁에 붙어 다리 치켜드는 것을 보고

누군가 싱겁게 한마디 던지는데

천당이 가까운 줄 알았는데 멀다, 멀어...*

 

*박수근화백의 마지막 말

-시집‘희망온도’(천년의 시작)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