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景 박수근
이 영식
늦가을 해질 무렵
노인 셋 방앗간 담벼락 앞에 붙어 벽화를 그리고 있다
어쩌다 어르신네들이 함께 오줌발을 세우게 되었는지는 모르지만
알곡 익히던 땡볕의 시간 건너와
의지가지없는 석양빛 등에 진 모습들 따뜻하다
회백색 담장에 그려지는 그림이 영 시원치 않았던지
옆 그림자 힐끔거리던 한 노인 다시금 붓대를 고초세운다
어떤 彩色도 녹슨 쇳조각 같은 저녁
지나던 개가 곁에 붙어 다리 치켜드는 것을 보고
누군가 싱겁게 한마디 던지는데
천당이 가까운 줄 알았는데 멀다, 멀어...*
*박수근화백의 마지막 말
-시집‘희망온도’(천년의 시작)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