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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최한호 2010. 9. 28. 18:50

인생

 

 최영미

 

달리는 열차에 앉아 창밖을 더듬노라면

가까운 나무들은 휙휙 형체도 없이 도망가고

먼 산만 오롯이 풍경으로 잡힌다

해바른 창가에 기대앉으면

겨울을 물리친 강둑에 아물아물

아지랑이 피어오르고

시간은 레일 위에 미끄러져

한 쌍의 팽팽한 선일뿐인데

인생길도 그런 것인가

더듬으면 달음치고

돌아서면 잡히는

흔들리는 유리창 머리 묻고 생각해 본다

바퀴소리 덜컹덜컹

총알처럼 가슴에 박히는데

그 속에

내가 있고 네가 있고

아직도 못다 한 우리의 시름이 있는

가까웠다 멀어지는 바깥세상은

졸리운 눈 속으로 얼키설키 감겨오는데

전선 위에 무심히 내려앉은

저걸,

하늘이라고 그러던가